원래는 더운 여름을 피해 북유럽으로 여행을 가려고 했다.
그러나 3-4개국에 걸친 일정을 계획하려는 것도 힘도 들거니와 계획 과정에서 이미 흥미가 소진되고 말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것이 스위스!!
어차피 만만찮게 비싼 북유럽 여행예산이면 갈 수 있는데다가 만년설이 주는 싸늘한 공기가 벌써 추위를 날려버리는듯 했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항공권과 호텔을 질러버린게 몇 개월 전이다.
새벽 출국 저녁 귀국으로 꽉 채운 6박 7일 일정, 루체른 카펠교 앞 숙소 2박과 융프라우 벵엔의 리조트 4박까지 일시천리로 예약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여행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달라진게 있다면 숙소취소를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무조건 여행을 가야하는걸로 바뀐 정도.
스위스에서 무엇을 할지 그때까지 정해진게 없었다.
스위스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였지만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트래블 패스의 이용에서부터 뇌가 작동을 중지했다.
스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트래블 패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스위스 트래블 패스: 스위스 전역의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산악열차/케이블카/곤돌라 등의 할인 및 무료이용(루체른 주변 리기, 슈탄저호른 및 슈토스)
2. 융프라우 VIP 패스: 융프라우 주변의 교통수단과 산악열차/케이블키/곤돌라가 무료이며, 기타 액티비티/상점/레스토랑 등에서 할인
3. 베르너 오버란트 패스: 융프라우 패스보다 넓은 범위(루체른, 베른)의 교통을 커버
여기에 철도 구간권을 적절히 섞어서 저비용 고효율의 일정을 짜는 것이 관건이었다.
며칠을 엑셀까지 이용해서 이 방법 저 방법 고민해 봤지만 일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른 조합의 트래블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이득으로 나와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결국 돈을 조금 주더라도 일정의 유연성을 가져갈 수 있는 아래의 방법으로 트래블 패스를 결정하였다.
-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플렉시 4일: 1/2/3/7일차에 이용 £294
- 융프라우 VIP 패스 3일: 4/5/6일차에 이용. 동신항운 쿠폰을 사용하여 CHF220
일정은 1-3일차 루체른 지역과 4-7일차 융프라우 지역으로 나눠, 날씨 및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였다.
루체른 지역에선 슈탄저호른(무료), 필라투스(50%할인), 티틀리스(50%할인)을 가고 루체른 시내 관광을 계획하였으며
융프라우 지역에서는 융프라우요흐(무료), 피르스트(무료), 쉬니게 플라테(무료), 하더 클룸(무료), 아이거글레쳐-클라이네샤이덱 하이킹, 맨리헨-클라이네샤이덱 하이킹, 브리엔츠 호수 보트, 뮈렌과 라우터브루넨 마을 방문 등을 계획에 넣었다.

세부 일정은 네이버 블로그 차가운순대님께서 정리하신 내용을 교과서처럼 활용하였다.
또한 스위스 여행의 필수앱인 SBB Mobile앱을 다운받아서 이동시간 등을 계산하였다.
20년 전 스위스 여행의 기억은 루체른 교통박물관 앞에서 먹었던 바게트 핫도그, 정신 없었던 인터라켄 유스호스텔, 로잔 캠핑장의 잔잔한 호수,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고산병에 걸려 쓰러진 일행들 때문에 부랴부랴 하산한 기억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10년 전 두 번째 스위스 여행의 기억은 너무 더운 날씨에 뿌옇게 보이던 제네바 호수, 호수에 뛰어들던 사람들, 베른의 진짜 곰, 사람과 더위에 치였던 리기산 유람선, 그리고 어딘지 가물한 작은 마을에서 일주일동안 했던 워크숍이 전부다.
이번 스위스 여행에는 기억에 오래남는 강렬한 추억들이 많이 생기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