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8
그러니까 원래 계획은 이랬다.
1. 레스터(Leicester) 외곽의 쇼핑센터에 가서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햄버거를 먹는다.
2. 같은 쇼핑센터 내의 볼링장에서 볼링을 친다.
3. 집 근처에 새로 지은 David Lloyds 헬스클럽을 방문하고 회원가입을 한다.
최근에 한국에 소개되어 핫하다는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
몇 시간씩 대기해서 먹고, 대기표를 당근마켓에서 팔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놀랄 때가 많다.
유럽에는 이미 지점이 많아서 종종 먹을 기회가 있었고 당연히 대기한 적도 없으니까. (오히려 쉐이크쉑이 지점 수가 적은듯)
아래는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 앞에 있는 파이브 가이즈에서 찍은 사진. 미식의 나라 스페인에서 무려 미국 햄버거 시식.

영국 내 파이브 가이즈의 가격도 싼 편은 아니다.
주로 먹는 베이컨치즈버거가 £10.65이고, 여기에 감튀 큰거랑 음료수랑 하면 약 £10가 추가된다.
우리 돈 3만원 이상을 주어야 세트가 완성되는 셈

파이브 가이즈는 워낙 매장 내부가 유사해서 사진을 찍어놓으면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유사하다.
빨간색과 흰색을 섞어 놓은 매우 전형적인 어메리칸 다이너 스타일
오늘 간 곳도 마찬가지였고.

오늘은 베이컨치즈버거에 양상추, 토마토, 구운 양파, 구운 버섯, 바베큐 소스를 추가해 보았다.
패티가 두 장이라 무척 두툼해서 나처럼 입이 작은 사람은 부들부들 힘겹게 입 안에 들어간다.
맛은 늘 먹는 햄버거 맛.
나는 맛을 잘 표현하는 편인데, 파이브 가이즈만의 특별한 맛이 있다고 표현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파이브 가이즈에 오는 이유는 감튀 때문이 아닐까?
미국에선 아이다호 주의 감자를 사용한다는데 이 지점에서는 헤레포드셔(Herefordshire)의 농장에서 생산된 감자를 사용한다고 써있다.
땅콩기름을 써서인지 일반 감튀보다 매우 짙은 맛이 나는데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종이컵 가득이 담아 봉투에 넘치도록 주는 것도 뭔가 보너스를 받은 느낌.

파이브 가이즈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땅콩을 먹는 것도 한나의 재미다.
어케 구웠는지 모르겠으나 짭짤한 맛이 매력적이라고 할까?
한국에선 코스트코 양파거지처럼 땅콩거지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내용도 본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오늘 햄버거 하나 테이크아웃 하면서 종이봉투에 땅콩을 가득 담아가는 영국 땅콩거지를 목격했다.
여기에 얼음 디스펜서에서 나온 얼음으로 손을 닦고 디스펜서에 버리고 가는 진상과 함께.

배부르게 먹고 같은 쇼핑몰에 있는 볼링센터를 갔다.
말이 볼링센터이지 볼링장 크기의 아케이드 오락실이 함께 붙어있는 큰 규모의 놀이시설이었다.
이 동네 청소년들은 여기 다 모여 있는듯

밖에 주차한 차량과 실내에 손님이 많을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볼링을 치려면 두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볼링장 많이 가봤지만 기다리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두 시간 반 대기는 처음인 것 같다.
군데군데 빈 레인이 있긴 했는데 아마도 예약을 해서 그렇겠지 싶다.
다음 번에는 온라인 예약을 하고 와야지.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집 근처에 David Lloyds라는 헬스시설이 공사를 끝마치고 8월 22일부터 정상영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영국 각지에 지점이 있는데 대개 그 지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곳에 지점을 두고 매우 높은 월회비를 받는 헬스클럽으로 유명하다.
이번 주에 오프닝 행사를 하는지 주차장에 차가 많기에 구경도 하고 회원가입도 할까 하고 방문을 했다.

헬스클럽 보다는 소셜클럽을 표방하는 곳으로 헬스시설 뿐 아니라 카페/레스토랑도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는 4성급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온 느낌?
식사와 음료 메뉴는 매우 다양해서 맛만 보장된다면 굳이 멀리 외식갈 필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켠에 위치한 비즈니스 허브에는 플러그가 있는 긴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공간이라 생각되었다.
회원이 되면 이 공간은 비회원을 초청해서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직원 분의 도움으로 30분 정도 투어를 할 수 있었다.
2층은 헬스장 시설이었는데 올라가자마자 새로운 기구의 냄새가 훅 났다.
일반적인 헬스시설과 함께 리듬싸이클 스튜디오, 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 단체운동 스튜디오, 그리고 블레이즈라는 쉼없이 운동하는 스튜디오 등 별도의 시설이 있었다.
모든 운동 강좌는 앱으로 예약 가능하고 월회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PT만 1시간에 £40의 추가요금을 내야했다.
1층 실내는 탈의실과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었다.
수건은 리셉션에서 주는거 쓰면 되고 샤워실 내 제품은 엘레미스로 나름 신경을 쓴 듯 했다.
수영장은 20m 레인이고 일반적인 운동시설 내의 수영장 보다는 호텔 수영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열심히 수영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수영장에서 사우나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며 한쪽에는
자쿠지와 선베드가 있고 반대쪽에는 네 가지 종류의 사우나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야외에는 25m 레인의 야외수영장, 자쿠지와 선베드, 놀이시설, 클라이밍 시설, 라켓볼 시설 등이 들어서 있었다.
수영강습만 추가로 요금이 있고, 나머지 시설 이용은 모두 월회비에 포함이라고 한다.

지금은 오픈 전이라 가입비 £50에 월회비 £129이고, 다음 주에 오픈을 하면 가입비는 £120으로 상승한다고 빠른 가입을 종용받았다.
지금 다니는 헬스클럽은 월회비가 £35이고 헬스장, 수영장, 집단운동레슨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여서 잘 안가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여기로 옮기면 도보 5분 거리에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시설을 100 퍼센트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론은? 내 주거패턴 때문에 가입 안함
결국 오늘 한 일 중 파이브 가이즈에서 햄버거 먹은 것만 성공이었다.